혹여라도 얼굴보는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황당해서 어떤 말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이젠 그런 증오나 분노 같은 나쁜감정들...
아예 생각하지 않고 기억에 지워버리는 걸로 감춰두고 있었는데...
다시금 그런 나쁜감정들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고등학교때 친구들을 만나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만나지 않는다는 것보다...
그 무리에서 제명 당했다는게 맞는 표현인것 같네요...
10년 이상을 알고 지내고
'친구'라는 단어를 떠올릴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녀석들이었는데...
그런 시간들은 다 어디로 가버린걸까요?



우리 햇님을 만나고 마리, 마루를 낳고 지금까지...
정신없이 달려왔던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혼자였을때처럼 친구들과 연락을 자주한다거나
 모임에 참석하고 술자리를 갖는다는게
저로써는 많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가 오랫만에 친구들 싸이에 들어가서...
저도 몰랐던 모임이 있고, 제가 모르는 얘기들이 있으면...
소외감이 들기도 했었지만...
저도 먼저 연락을 못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뭐...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도 전 제가 당연히 못나갈거라고 생각이 들어도...
예의상으로라도 연락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네...물론 제 욕심입니다.
그래도 10년을 넘게 사귄 친구들이니까...
투정아닌 투정으로 모임 커뮤니티에 그런 글도 올려봤더랬습니다.



그렇게 친구들과 연락도...얼굴보기도 힘들게 지내는게 안쓰러웠는지...
햇님이 오히려 친구들 모임 없냐고 물어보고...
친구들과의 관계 유지해야하지 않냐며...
친구 아기 돌잔치에도 제가 근무라 못가게 되니...
마리를 혼자 데리고 갔다오기도 했었습니다...
우리 햇님...저 없으면 절대 아무데도 안다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였습니다.
그 전부터 날잡아서 모두 함께 여행가자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커뮤니티에 드디에 공지가 올라와 있더군요...
누구는 참석 확정...누구는 미확정...이런식으로 한사람 한사람 이름이 다 적혀있었는데...
햇님과 제 이름만 빠져있었습니다...
제가 속이 좁은 인간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걸 보고 짜증이 확 났었습니다.
그래서 그 공지 밑에 있는짜증 없는짜증 부리며 댓글을 달았더랬습니다.


그 댓글로 시작해서 서로 수많은 댓글 공방과
여러 글이 오고 갔었지만...
그 녀석들의 주장은 내가 여행에 대한 정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였습니다.
물론 그래서 여행 얘기가 나왔을때부터 모든 글을 싸그리 다 찾아봤지만...
그 누구도 여행에 대해서 자신은 어떻게 하겠노라고 의사 밝힌 사람이 없었습니다...
뭐 자기들끼리 만난 자리에서 서로 다 의견을 맞추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어이가 없더군요...



제가 그동안 서운했던게 많이 쌓여있었던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사는게 힘든데...
친구라는 녀석들이 꼭 말로 내가 힘들다고 말해야 아는걸까?
그런 마음 없었던거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친구노릇(?)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냥 마음속에 쌓아만 두고 있었던게...
그 여행 공지 하나로 터져버렸던것 같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그 녀석들중 누구 하나도...
재혁아 너랑 선영이 이름이 빠져서 서운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흥분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해준 인간이...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모두가...정말 모두가...
제가 별것도 아닌일로 분란을 일으키고...
자기들의 와이프들과 여자친구들도 보는 커뮤니티에서 뭐하고 있냐는 식이더군요...
우리 햇님이 우리 이름만 빠진거 봤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하면...
정말 눈꼽만치도 미안한 생각이 안들었을까요?
고작 한다는 소리가 일단 여행가서 다시 얘기하자 였습니다 ㅋㅋ
회사 근무날이라 못갔고...그렇게 한동안 서로 연락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에 집나가 생활하시던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정신없이 병원으로 경찰서로 뛰어다니던 제 대신...
햇님이 그녀석들에게 연락을 했더군요...
그날 저녁에 다들 와줬더랬습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그래도 감히 녀석들을 제 나름으로는 용서했다고 생각했고...
얘기도 많이 나누고 싶었습니다...



얼마정도 앉아있더니 모두 간다고 하더군요...
첫날이라 손님도 거의 없던 상태였습니다...
저 같았으면 같이 밤새주면서 그동안의 오해도 풀고...
못했던 얘기들도 할것 같은데...
그녀석들은 가더군요...
제가 잘못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가면서 하는 소리가 누구네 집에 가네 어디 찜질방을 가네...
네...제가 분명히 잘못들은 걸겁니다....



그렇게 아버지 장례를 마치고...
와주었던 지인들에게 감사했다고 전화를 돌리는데...
그녀석들은 공교롭게도 전화 시도하는 녀석마다 전화를 받지 않더군요...
몇명 전화를 돌려보다가...
전부 받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문자만 보냈습니다...
물론 아무도 답장해주지 않더군요...
그리고 나서 얼마 후에 마루 돌잔치를 했습니다.


일단 문자로 소식을 알리고 커뮤니티에라도 글을 올릴까해서 들어갔더니
제가 제명되어 있었습니다...
마루 돌잔치에는 제 친구라는 사람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참 치사한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아버지 장례식때 저희 형 친구들은 20만원씩...
여자인 제 동생 친구들은 10만원씩...
그리고 그녀석들은...
5만원씩 부조를 했더군요...


 


차라리 아버지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다면
덜 미웠을것 같습니다.
그래도 예의는 차려야 해서 그렇게 형식적으로 왔다가
장례식이 끝나자 보란듯이 제명시키고...
고맙다는 제 문자를 얼마나 비웃고 있었을까요...


그리고 정말 제가 참을수 없는건...
제가 누구보다 친하고 마음을 나눌수 있다고 생각했던...
친구 두녀석 때문이었습니다.
백번 천번 양보해서...
제가 커뮤니티에 저와 햇님 이름이 빠져있는거 가지고 너무 난리를 쳤고...
별것도 아닌일을 크게 만들었다고 칩시다...



왜 단 한명도...
제가 기분나쁠수도 있지만 그런식으로 하지말라고
충고해주는 인간들이 없었을까요?
적어도 그 둘중 한명은
저에게 따로 연락해서 그렇게 해줄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밤이든 새벽이든 연락해오면 한걸음에 달려가 술자리 같이 해주고...
한국에 없는 친구 대신 그친구 부모님 찾아뵙고...
그 친구 누님 일 도와드린다고 2시간 넘는거리를 왔다갔다 했던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하기만 합니다.



제가 잘했다는게 아닙니다...
제가 조금만 현명하게 생각했다면...
웃어 넘길수도 있는 일이었고...
일을 크게 만들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마음에 여유가 저한테는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다못해 자기들끼리 술자리라도 할수 있는 여유 있는 녀석들이...
저를 조금만 이해해줄수 없었던 걸까요?


아...그 후로 자기들끼리 술먹다가 전화를 한번 했더군요...
장례식 와준걸 생색내면서...
누구누구한텐 고맙다고 연락 안했지 않냐고 오히려 따지더군요 ㅎㅎ
그런걸 따지는 인간이 왜 제가 저와 햇님 이름만 빠져서 서운했을거라는건 모를까요?ㅎㅎ



아버지 장례식이 끝나고...
그녀석들에게 그렇게 외면당하고...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그래도 햇님이 평생 미워하고 살지 말라고해서...
지난 명절때는 모두에게 내가 미안했었다고 문자도 보내봤지만...
아무도 답장이 없더군요...
그런 무서운 인간들...
친구 아버지 장례식 후에 친구에게 더 상처를 줄수 있는
그러면서 면전에서는 친구 운운하며 우정을 운운했던
가식적이고 이해타산적인 인간들...
이제 그런 인간들 제가 싫습니다.

 


너는 안그럴줄 알았다고...
나에게 따로 재혁아 그러지 마라라고 얘기해주길 바랬다고
쪽지도 보내봤지만 연락이 없던 그 두명중에 한명이...
블로그를 하더군요...
얼마전에 모 블로거님이 주최하신 모임에 나온걸...
우연히 알게되었습니다...
선약이 있어서 못간게 참 다행스럽단 생각이 들더군요...
안그랬으면 기분 더 더러울뻔했습니다.


블로그를 하는건 그녀석 자유지만...
제가 새롭게 찾은...새롭게 얻은 사람들과 공유된다는게...
참 불쾌합니다...
여전히 겉멋만 들어서 뭔가 있는척 얘기하고 다니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여차하면...자신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면
친구든 뭐든 버릴수 있는 인간이라는거
스스로가 잊어버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혹여라도 얼굴보는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경제적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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